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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베드라, 차를 도시 밖으로 밀어낸 26년 - 한 시장이 만든 보행 도시의 실전 리포트

관리자 2026-05-07 12:55 조회 46

시리즈 '도시를 다시 짓다'

③ 폰테베드라 — 작은 도시가 보여준 가장 오래된 실험

 

1. 왜 폰테베드라인가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지방, 인구 약 8만 6천의 작은 도시. 마드리드에서 600km,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60km 떨어진 이 도시는 — 2014년 UN 해비타트(UN-Habitat) 상, 2015년 뉴욕 활동적 설계 센터(Center for Active Design) 우수상, 2020년 유럽위원회 도로안전 어워드를 비롯해 국제 어워드 7개를 받은 유럽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보행 도시 모델이다.

 

이 도시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폰테베드라는 EU의 '2030 기후중립 100개 도시' 미션에 선정되지 않았고, EU 미션 라벨도 받지 않았다. 거대한 트램이나 BEI 같은 첨단 교통 시스템도 없다. 슈퍼블록도 도입하지 않았다. 이 도시가 가진 것은 단 하나다 — 1999년 이후 한 사람이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향으로 도시를 운영한 26년의 시간.

 

미겔 안소 페르난데스 로레스(Miguel Anxo Fernández Lores) — BNG(갈리시아 민족주의 블록) 소속, 1999년 6월 처음 시장 취임. 2025년 12월 현재까지 7번 연속 당선된, 스페인 모든 도(provincia) 수도(capital) 시장 가운데 가장 오래 자리를 지킨 정치인이다. 2024년 7월 70세를 넘기며 시장 월급을 포기하고도 직무는 계속한다. 2025년 5월 16일에는 2027년 8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런 도시는 한국에서 상상하기 어렵다. 그래서 더 들여다볼 가치가 있다. "한 사람의 정치적 일관성이 26년 누적되면 도시는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가장 멀리까지 가본 사례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중소도시 — 인구 5만~15만 규모의 자치단체 — 가 정책의 시간 축을 어떻게 다룰지 고민할 때, 비토리아-가스테이스(30년의 누적이지만 시장이 한 번 바뀐 도시)와 폰테베드라(26년 동안 같은 시장)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것이 가장 유용하다.

 


 

2. 무엇이 바뀌었나 — 26년의 시퀀스

 

1999년 8월 7일 — 시작은 한 장의 시장 명령서

로레스가 시장으로 취임한 지 5주 만인 1999년 8월 7일, 한 장의 알칼디아 명령서(bando)가 카스코 안티고(Casco Antiguo, 구도심)의 차량 진입을 금지했다. 첫날 풍경은 단순했다. 거리에 들어선 견인차가 무단주차 차량을 끌고 나가는 소리만 들렸다. 그날 끌려간 첫 차는 한 시민의 빨간 라다(Lada)였다.

 

당시 로레스의 BNG 선거 공약에 '구도심 보행자화'는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26년이 지난 지금 시 모빌리티 담당관 세사르 모스케라(César Mosquera)가 인정한다: "Non tal cal(딱 그대로는 아니었다)." 그러나 1999년 그 첫 명령서가 모든 것을 바꿨다.

 

 

이후 26년의 시퀀스는 계단식이었다:

 

 

시기 단계
1999년 8월 카스코 안티고(구도심) 보행자 전용화, 노상주차 500면 제거
2000년대 초도심 전 구역으로 단일 평면(plataforma única) 확대, 보도-차도 턱 제거
2002년 알칼디아 모빌리티 명령서 — PP 야당이 법원에 제소
2006년 3월 갈리시아 고등법원(TSJG)이 시 정부 손을 들어줌 (소송 종결까지 7년)
2009년 도시 전역 단일 공간 사용 가이드라인 제정
2010-2011년 '카미뇨 에스콜라르(Camiño Escolar)' 시범 시작
2011년 메트로미누토(Metrominuto) 모델 등록·발표
2014년 UN 해비타트 상 수상
2022년 10월 PMUS(지속가능 도시 모빌리티 계획) 의회 통과
2023년 1월 1일 PMUS 정식 시행 — 490헥타르를 '교통 감축 구역(zona de tráfico reducido)'으로 지정
2025년 4월 시 의회가 로레스 시장의 교통 권한을 다른 의원에게 이관
2025년 12월 시 정부 자체 평가 — "역사상 최고 상태(mellor situación)" 선언

 

 

도시를 만든 세 가지 도구


1) 통과 교통(Through-traffic)의 원천 차단.
폰테베드라의 가장 결정적인 설계는 도심에 진입한 차량이 가장 가까운 출구로만 나가야 한다는 규칙이다. 도심을 지름길로 통과하던 차량을 외곽 순환도로로 강제로 유도했다. 도심 진입 차량은 1999년 일평균 8만 대에서 2024년 7천 대로 감소했다. 92% 감소.


2) 단일 평면(plataforma única)과 신호등 제거.
보도와 차도의 턱을 없앴다. 도시 모든 거리가 같은 높이의 평면이다. 신호등 대신 회전교차로(rotonda)와 융기 횡단보도(lombo salvavidas, '생명을 구하는 등')를 도입했다. 도심 속도 제한은 30km/h, 일부 구간은 10km/h 또는 6km/h. 보행자 우선이 시각적·물리적으로 명료해졌다.


3) 외곽 무료 주차장 + 도심 노상주차 제거.
"차를 가져와도 좋다, 다만 외곽에 두고 걸어 들어와라"는 정책. 1999년에 도심 노상주차 500면을 한꺼번에 제거하면서 외곽에 무료 주차장을 동시에 확보했다. 'park and ride' 모델의 이베리아 반도 원형이라 할 수 있다.

 

 

폰테베드라의 ZBE — 스페인에서 가장 독특한 형태

스페인 정부는 2021년 기후변화·에너지전환법(Ley 7/2021)으로 인구 5만 명 이상 도시에 저배출 구역(ZBE) 도입을 의무화했다. 마드리드, 발렌시아, 바르셀로나, 비토리아-가스테이스 등 거의 모든 도시는 차량 환경등급(A·B·C·ECO·Cero)에 따라 진입을 차단하는 모델을 채택했다.

 


폰테베드라만 다르다. 시는 2022년 12월 정부와 협상 끝에 자신들의 기존 '교통 감축 구역(zona de tráfico reducido)' 모델 자체가 ZBE 의무를 충족한다는 인정을 받아냈다. 환경등급 검사도 없고, 카메라 단속도 없고, 과태료도 없다. 그저 통과 교통이 원천 차단되어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대기질 지표가 EU·WHO 기준을 모두 통과한다.

 


스페인 자동차클럽(RACE)의 공식 ZBE 안내에서 폰테베드라는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폰테베드라는 1999년부터 차량 통행을 줄여 왔으므로 이 예외(excepcionalidad)에 해당한다. 이 ZBE에는 톨도, 라벨 제한도 없다. 모든 차량이 통과할 수 있다." 23년의 누적이 만든, 법적으로 인정받은 독특한 지위다.
ZBE 적용 면적은 5개 지구 약 490헥타르. 도심뿐 아니라 몬테 포레이로(Monte Porreiro), 에스트리벨라(Estribela), 오 부르고(O Burgo), 레레스(Lérez) 일부까지 포함한다. 외곽 한 구역만이 아니라 도시 전체에 적용된다는 점이 폰테베드라 모델의 핵심이다.

 


 

3. 시민은 어떻게 참여했나

폰테베드라의 시민 참여는 비토리아-가스테이스의 호베투스 같은 정형화된 기계가 아니다. 더 오래되고 더 거친, 직접 행동에 가까운 형태다.

 

카미뇨 에스콜라르(Camiño Escolar) — 14년 된 어린이 도시 정책
2010-2011학년도에 시범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6세 이상 어린이들이 보호자 없이 친구들과 함께 학교까지 걸어가는 자율 통학 시스템이다. 부모, 시 경찰, 자원봉사자, 협력 상점이 길목에서 어린이를 살핀다. 협력 상점에는 "어려운 일이 생기면 들어와도 된다"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폰테베드라는 이탈리아 도시 파노(Fano)와 프란체스코 토누치(Francesco Tonucci)의 La città dei bambini('어린이의 도시')에서 영감을 받아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철학은 단순하다. "어린이가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도시는 모든 사람에게 안전한 도시다."

 


성과는 측정 가능하다. 현재 7~12세 어린이의 절반 이상이 걸어서 학교에 간다. 2025년 5월에는 인근 산세소(Sanxenxo) 시가 폰테베드라 모델을 그대로 받아 첫 카미뇨 에스콜라르를 시작했다. 2025년 12월 5일 시행된 스페인 신(新) 지속가능 모빌리티법(Ley 9/2025)은 모든 시·도 교육청에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등하굣길(caminos escolares)의 조성"을 법적 의무로 명시했다. 폰테베드라가 14년 전 시작한 풀뿌리 실험이 이제 스페인 전국 법률이 됐다.

 

 

 

메트로미누토(Metrominuto) — 도시의 인포그래픽

2011년 폰테베드라가 만들어 등록한 메트로미누토는 지하철 노선도 형식의 도보 안내 지도다. 도심 주요 지점 사이의 거리(미터)와 도보 시간(분)을 4~5km/h 평균 속도로 환산해 표시한다. 핵심 메시지는 단순하다: "걸으면 더 빠르다. 차를 타고 주차할 곳을 찾는 것보다."

 

이 지도는 단순한 안내물이 아니라 시민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행동경제학적 도구다. 페르난데스 로레스 시장은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에게 제발 걸어달라고 부탁한다고 해서 그들이 걷지는 않는다. 좋은 인프라를 주고, 차가 적은 도시가 더 잘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메트로미누토는 등록 후 무료로 다른 도시에 제공됐다. 현재 스페인의 헤레스, 카르발로, 비라가르시아, 토렐라베가, 산탄데르, 로그로뇨, 쿠엥카와 — 유럽의 피렌체, 그라츠, 칼리아리, 모데나, 런던, 툴루즈가 자체 메트로미누토를 운영한다. 인구 8만 6천의 작은 도시가 만든 디자인 모델이 이제 유럽 보행도시 운동의 공식 도구가 된 것이다.

 

 

 

시민의 직접 회의 — 'asambleas abiertas'


법적 형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1999년부터 매년 반복돼 온 시민 직접 총회(asambleas abiertas) 문화다. 시 정부가 동네에 들어가 "여기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시민과 직접 협의한다. 모스케라 의원이 회고한 바에 따르면, 일부 동네 회의에서는 시민이 시 정부 안보다 더 급진적인 보행자화를 요구한 경우도 많았다.

 

이 모델의 한계도 분명하다. 정형화된 참여형 예산(비토리아-가스테이스의 호베투스)이 없다. 어린이·청소년 참여 트랙도 명시적으로 없다(카미뇨 에스콜라르가 어린이 참여의 사실상 통로다). 모든 것이 시장과 시 정부의 정치적 의지에 의존하는 구조다. 26년의 한 정권이 안정성을 만들었지만, 동시에 정권이 바뀌면 이 의지가 어떻게 작동할지에 대한 시험은 아직 한 번도 거치지 않았다.

 

 


 

4. 숫자로 보는 26년

 

영역 1999년 현재 (2024-2025) 변화
도심 진입 차량 일평균 80,000대 일평균 7,000대 −92%
차량 통행량 (전체) 52,000회/일 17,000회/일 −67%
차량 관련 CO₂ 배출 기준 100% 30~35% −65~70%
차량 연료 소비 기준 100% 33% −67%
보행자 사망 사고 1998년 보행자 충돌 129건 2011년 이후 14년 연속 사망 0건
7~12세 어린이 도보 통학 소수 50% 이상
도시 인구 약 75,000명 약 86,000명 (2023) +15%
도심 신규 주민 12,000명 유입
도심 일자리 (1999-2014) +7%
보행 비중 (전체 이동 중) 약 70%
대기질 (European AQI) 연중 70~80%일이 'Good' 등급

 

※ 해석에 주의가 필요한 지점이 있다. 
CO₂ 감축률은 출처에 따라 65%, 66%, 70%로 조금씩 다르게 인용된다. 시 자체 자료(ok.pontevedra.gal)와 메트로미누토 공식 페이지는 "21세기 첫 15년 동안(2000-2015) 차량 배출 가스 66% 감소"라는 표현을 쓴다. 2025년 12월 컨설팅사 CPS 데이터 발표는 "65% CO₂ 감소"로 보고했다. 국제 보도가 자주 인용하는 "70%"는 2025년 2월 게타페 시 발표 자료에 등장하며, 약간 부풀려진 수치일 가능성이 있다. 

※ 또 하나, "2011년 이후 보행자 사망 0건"이라는 수치도 정확한 표현이 필요하다. 시 공식 자료의 정확한 표현은 "시 관할(municipal) 도로에서의 보행자 충돌 사망" 0건이다. 시 관할이 아닌 광역도로(carreteras de titularidad estatal)는 별도다.
 

 


 

5. 그늘 — 가장 안정적인 도시에 들어온 균열

 

2025년 4월 22일 — 시장이 교통 권한을 잃은 날

26년 동안 흔들리지 않던 정치적 안정성에 2025년 균열이 생겼다. 4월 22일 시 의회가 표결로 로레스 시장의 교통 운영(ordenación del tráfico) 권한을 박탈해 다른 의원에게 이관했다. 시 정부 측은 "행정 효율화를 위한 기능 분권"이라고 설명했지만, 야당은 "내부 긴장의 표출"로 해석했다.


이 사건의 정치적 의미는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다. 폰테베드라 모델의 거의 모든 핵심 — 통과 교통 차단, 단일 평면, 속도 제한 — 이 26년 동안 시장 직속 권한이었다. 그것이 다른 의원에게 넘어갔다는 것은, 향후 모빌리티 정책의 결정 과정이 한 사람의 일관된 의지에서 위원회 합의 구조로 이동한다는 뜻이다. 좋은 변화일 수도 있다(권한 분산), 위험한 변화일 수도 있다(일관성 약화).

 


예산 봉쇄와 첫 신임 투표
2024년에는 더 큰 사건이 있었다. PP(국민당)와 PSOE(사회노동당) 야당이 시 예산안을 봉쇄해, 로레스 시장은 취임 26년 만에 처음으로 신임 투표(cuestión de confianza)를 거쳐야 했다. 신임 투표를 통과해 예산을 가까스로 통과시켰지만, 그동안 BNG-PSOE의 안정적 협력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상권 갈등 — 끝나지 않는 토론
폰테베드라 모델의 가장 오래된 비판자는 PP다. 2023년 시장 후보였던 라파엘 도밍게스(Rafael Domínguez)는 인터뷰에서 *"구도심 일부 거리의 보행자화는 환영하지만, 다른 도로의 차량 통제는 지역 상권에 심각한 피해를 주었다"*고 비판했다. 2024년 8월 25주년 회고 보도에서도 일부 상인들은 여전히 "도심 일부 거리는 너무 멀어 손님이 줄었다"는 불만을 표한다.

 

 

다만 데이터는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1999~2014년 동안 도심 일자리 7% 증가, 도심 인구 12,000명 신규 유입, 도시 전체 인구 75,000명에서 86,000명으로 증가. 갈리시아 전체가 인구 감소·고령화로 신음하는 동안 폰테베드라만 성장했다. 1999년 보행자화 첫 시기에 가장 격렬히 반대했던 상인 협회의 당시 회장 에르네스토 필게이라(Ernesto Filgueira)는 25년 후 회고에서 이렇게 말했다: "바뀌었다. 더 좋은 쪽으로(Coa peonalización cambiou todo. Para mellor)." 그가 운영하던 우산 가게는 결국 후계자가 없어 폐업했지만, 그것은 보행자화 때문이 아니라 전통 상점 일반의 위기 때문이라는 점은 그도 인정한다.

 


한계가 분명한 영역들 — 에너지 전환
도시 재설계와 보행 정책은 세계적 모범이지만, 에너지 전환 측면에서 폰테베드라는 비토리아-가스테이스나 바르셀로나 같은 도시에 비해 뒤처져 있다. EU 미션 라벨도 받지 않았고, 시민 에너지 협동조합 사례도 두드러지지 않으며, 옥상 태양광 보급 프로그램이나 공공 건물 딥 레노베이션 정책도 강하지 않다. 폰테베드라 인근의 ENCE 바이오매스 발전소(35MW), 알토 도 세오 풍력 발전소(12MW) 같은 외부 인프라가 있지만, 이는 도시 정책이 아닌 갈리시아 광역 차원의 자산이다.

 


폰테베드라의 메시지는 명료하다. "도시 형태를 바꾸면 에너지 수요 자체가 줄어든다" — 이것이 이 도시의 탄소중립 접근법이다. 공급 측면(재생에너지)이 아니라 수요 측면(이동 자체의 감축). 단, 2050 기후중립까지 가려면 이 도시도 결국 건물 부문 딥 레노베이션과 잔여 차량의 전동화로 넘어가야 한다. 그 단계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6. 한국에 적용한다면


폰테베드라 모델은 한국의 어느 도시에 적합한가? 이 질문은 인구 규모, 도시 형태, 정치 구조 세 측면으로 나누어 봐야 한다.

 

  • 규모: 인구 8만 6천. 한국의 군 단위(예: 평창군, 영양군) 또는 작은 시 단위(예: 통영시 약 12만, 사천시 약 11만, 영주시 약 10만, 김제시 약 8만, 보은군 약 3만)와 비슷하다. 인구 5만~15만 규모의 한국 중소도시가 폰테베드라 모델에 가장 적합한 규모대다.

 

 

  • 도시 형태: 폰테베드라는 강(레레스 강) 어귀의 콤팩트한 평지 도시로, 도심에서 도시 끝까지 도보 30분 이내다. 한국에서 비슷한 형태는 전주(특히 한옥마을과 구도심), 통영, 안동, 강릉, 군산, 목포의 구도심부, 제주시 원도심 같은 중소도시·구도심 지역이다.

 

 

  • 정치 구조: 이것이 가장 어렵다. 폰테베드라는 한 시장이 26년 같은 자리에 있었기에 가능한 모델이다. 한국 광역단체장은 3선 제한이 있고, 시장·군수도 동일하다. 3선(12년) 안에 폰테베드라식 26년 누적을 압축해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한국에는 있다.

 

 

이 압축이 가능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 첫째, 1999년식 단일 명령서 모델. 폰테베드라는 거대한 마스터플랜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시장 명령서(bando) 한 장으로 시작했다. PMUS(공식 모빌리티 계획)는 23년이 지난 2022년에야 의회 통과했다. 선(先) 행동, 후(後) 제도화. 한국의 도시계획 관행은 정반대로 작동한다. 마스터플랜·예비타당성·환경영향평가에 5~7년이 걸리고, 그러는 사이 시장 임기가 끝난다. 폰테베드라가 보여주는 것은 **"법이 따라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우선 거리 한 곳을 바꿔라"**는 행동 모델이다.

 

  • 둘째, 외곽 무료 주차장의 동시 확보. 도심 노상주차 500면을 한 번에 제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외곽에 동시에 무료 대체 주차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차를 가져오지 마라"가 아니라 "차를 가져와도 좋다, 외곽에 두고 걸어 들어와라"**는 신호. 한국 중소도시가 도심 보행자화를 시도할 때 가장 자주 실패하는 지점이 바로 이 외곽 주차장 인프라다.

 

  • 셋째, 카미뇨 에스콜라르의 즉시 도입. 학교 한 곳, 한 학년 단위로 시작 가능한 사업. 비용도 크지 않다. 폰테베드라가 14년 동안 키워 스페인 전국 법률이 된 모델이다. 한국에서 즉시 시범 가능한, 가장 작은 단위의 폰테베드라식 정책이다.

 

 

마지막으로 솔직히 덧붙이면 — 폰테베드라 모델은 에너지 전환 측면이 약하기 때문에, 탄소중립 종합 패키지로서는 한계가 분명하다. 그러나 "이동 자체의 감축이 가장 효율적인 탄소 정책"이라는 명료한 메시지는, 한국이 광역 단위 재생에너지 정책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면서도 도시 형태 자체에는 거의 손대지 않는 현 구조를 비춰 보는 거울이 된다.

 

 


 

7. 직접 간다면


폰테베드라는 마드리드에서 비행기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CQ) 공항까지 1시간, 거기서 차로 1시간 거리다. 빌바오에서 출발할 경우 차로 약 6시간. 갈리시아 일대의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Portugués)을 함께 방문하는 일정으로 묶기 좋다. 폰테베드라 자체가 산티아고 순례길의 주요 통과 도시이기도 하다.


도시 자체가 작아 하루면 충분히 다 돌 수 있다. 다음 다섯 곳을 추천한다.

  • 카스코 안티고(Casco Antiguo) — 1999년 8월 첫 명령서가 적용된 출발점. 프라사 다 헤레리아(Praza da Herrería), 프라사 다 페레그리나(Praza da Peregrina, 산티아고 순례자 교회 앞 광장), 프라사 다 레냐(Praza da Leña)를 잇는 골목들. 신호등이 한 개도 없는 보행자 거리가 어떻게 자연스럽게 작동하는지 직접 걸으며 체감할 수 있다. 페르난데스 로레스 시장이 처음 차를 끌어낸 그 골목들이다.

 

 

  • 프라사 다 페레그리나(Praza da Peregrina). 도시의 상징적 광장이자, 상인들의 가장 격렬한 반대가 있었던 장소. 시장은 인터뷰에서 *"페레그리나 광장에 차를 주차하고 싶다고 가장 시끄럽게 외친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이 진짜 시민 의견이라고 착각해선 안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광장에 서서, 이제는 차가 한 대도 없는 풍경을 보면, 26년이 무엇을 만들었는지가 한눈에 보인다.

 

 

 

메트로미누토 안내판. 도시 곳곳, 특히 알라메다(Alameda) 공원 인근과 주요 광장에 설치된 지하철 노선도형 안내판. 한 도시가 자신의 정책 메시지를 시각화하는 가장 절제된 방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디자인 사례. 한국의 도시 디자이너·시각 디자인 담당 공무원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시사점이 있는 장소다.

 

 

 

  • 평일 오전 8시 30분, 카미뇨 에스콜라르 시간대. 시 중심부 콜레히오(초등학교) 인근 거리. 학부모 자원봉사자의 형광조끼와 어린이들의 책가방이 거리를 채운다. 협력 상점 창에 붙은 'Camiño Escolar' 스티커도 함께 본다. **'어린이가 안전한 도시는 모든 사람에게 안전한 도시'**라는 명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간대다.

 

 

에스트리벨라(Estribela) 또는 몬테 포레이로(Monte Porreiro) 외곽 동네. 도심이 아닌 주거 동네로 가서, 폰테베드라 모델이 단순히 "관광지 보행자화"가 아니라 도시 전체에 적용된 모델임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 정부가 강조하는 "전 도시(toda la ciudad) 모델"의 진짜 모습이 여기에 있다. 외곽 동네까지 turning radius와 단일 평면이 적용된 풍경은, 도심만 본 방문자의 인상과는 또 다른 깊이를 준다.

 


 

 

폰테베드라는 가장 작은 도시이고, 가장 단순한 도구로 시작한 도시이며, 가장 오래된 시장이 운영해 온 도시다. 단 한 장의 명령서, 단 한 사람의 일관된 정치 의지, 단 한 가지 원칙 — '도시는 차의 것이 아니다' — 이 26년 누적되면 무엇이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실험실. 2025년 4월 시장이 교통 권한을 잃은 사건은 이 모델이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이 의존해 왔음을 일깨웠다. 26년의 누적은 이제 한 사람에서 도시 전체로 넘어가야 한다. 그 다음 단계의 폰테베드라가 어떻게 펼쳐지는지를 보는 것이, 어쩌면 향후 5년간 유럽 도시정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관찰점이 될 것이다.

 


 

같이 보면 좋은 것.

- 바이오매스 발전소가 66,000가구에 에너지 공급 ( 폰테베드라 시민과 환경단체 사이에서 30년째 가장 큰 환경 갈등의 대상 중 하나)

- 폰테베드라 풍력 발전소 14,000가구 청정 전력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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