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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토리아-가스테이스, 30년 동안 같은 방향으로 걸어온 도시 — 산업도시의 탄소중립 실전 리포트

관리자 2026-04-30 19:25 조회 80

시리즈 '도시를 다시 짓다'
② 비토리아-가스테이스 — 30년의 누적이 만든 조용한 혁명

 


 

1. 비토리아-가스테이스가 풀어야 했던 문제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수도, 인구 약 25만의 비토리아-가스테이스는 흔히 '유럽의 녹색 수도'라는 타이틀로 소개된다. 그러나 이 도시가 진짜 흥미로운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이 도시는 깨끗한 신도시가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미쉐린의 대형 공장이 도시 외곽에 있고, 알라바주 산업 클러스터의 중심이며, 화물 트럭이 매일 도시를 관통하는 산업도시다. 동시에 평지에 자리잡은 고밀도 구도심을 가진, 여름철 열섬이 갈수록 심해지는 오래된 도시이기도 하다.

 

비토리아-가스테이스가 풀어야 했던 문제는 명료하다.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도시를 탈탄소화할 수 있는가. 자동차 공장이 흑자를 내야 시청도 작동하고, 동시에 도심에서는 차량 통행을 줄여야 하는 이중의 압력. 한국의 울산이나 포항, 광양처럼 산업이 도시 정체성과 일자리의 핵심인 곳에서 던져야 할 질문과 정확히 같다.

 

이 도시는 그 답을 한 번에 만들어낸 적이 없다. 1993년 시 외곽에 '아니요 베르데(Anillo Verde, 녹색 고리)'를 두르기 시작한 이래, 30년 넘게 같은 방향으로 누적해 왔다. 도시 한복판이 아니라 외곽 공원에서 출발해, 점점 안쪽으로 자연을 끌어들였고, 마지막에 도심의 자동차를 밀어내는 순서. 정치적으로 가장 어려운 일을 마지막에 둔 30년의 시퀀스. 이것이 비토리아-가스테이스 모델의 본질이다.

 

 


 

2. 무엇이 어떻게 바뀌고 있나 — 2025년 현재


거버넌스: '기후 도시 계약(CCC)'이 의미하는 것

비토리아-가스테이스는 EU의 '2030년 기후중립 및 스마트시티 미션' 100개 도시 중 하나로 선정되었고, 2023년 10월에 첫 그룹 10개 도시 중 하나로 EU 미션 라벨을 수상했다. 이 라벨이 단순한 명예 인증이 아닌 이유는, 2024년 6월 설립된 'Climate City Capital Hub'와 EIB(유럽투자은행)의 20억 유로 대출 풀을 통한 자금 접근 자격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명예가 아니라 자금 채널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이 도시는 2025년 한 해 동안 EU 자금 약 4,200만 유로를 확보했다고 시가 자체 발표했다. 인구당 약 162유로. 시청 부서 간 칸막이를 넘어 횡단적으로 작동하는 '에너지·기후 서비스부'를 신설했고, 머티리얼 이코노믹스(Material Economics)와 협업해 부문별 비용-편익 모델을 갖췄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환경부서'가 아니라 '기획조정실' 안에 기후가 들어간 셈이다.

 

 

저배출 구역(ZBE) — 2025년 9월 15일, 마침내 시동

비토리아-가스테이스의 2025년 가장 큰 사건은 저배출 구역(Zona de Bajas Emisiones, ZBE)의 시행이다. 2025년 9월 15일 0시부로 카스코 메디에발(Casco Medieval, 중세 구도심)과 엔산체(Ensanche)의 일부, 총 0.64㎢ 구역에 무등급 차량(2006년 이전 디젤, 2000년 이전 가솔린)의 진입이 금지됐다. 약 40대의 번호판 인식 카메라가 24시간 출입을 감시한다.

 

3개월의 계도 기간을 거쳐 2025년 12월 15일부터 200유로의 과태료가 부과되기 시작했다(조기 납부 시 100유로). 흥미로운 점은 첫 두 달 반의 운영 데이터다. 하루 평균 4,000~5,000대가 ZBE에 진입했고, 그중 적발 대상은 1.4~1.6%, 즉 70~80대에 불과했다. 시민의 압도적 다수가 첫날부터 규정을 지킨 것이다. 트래픽은 거의 줄지 않았고, 시내 상권 충격도 보고되지 않았다.

 

ZBE는 2단계로 확장된다: 2027년 9월 적용 구역 확대(Coronación, San Ignacio, Domingo Beltrán 일대 추가), 2030년 1월 B등급 차량까지 진입 제한.

 

 

트램 — 2025년 11월 28일, 자블가나 연장 합의

ZBE가 도심의 '음(陰)의 정책'이라면, 트램 연장은 '양(陽)의 정책'이다. 2025년 11월 28일, 시정부·알라바 도의회·바스크 정부가 자블가나(Zabalgana) 연장선과 베토뇨(Betoño) 신규 차고지 건설에 121백만 유로(부가세 제외) / 146백만 유로(총액) 자금 분담 협약을 체결했다.

 

분담 비율은 명료하다. 바스크 정부 산하 ETS가 65%(약 8,840만 유로), 알라바 도의회 17.5%(1,614만 유로), 시청 17.5%(1,614만 유로). 시청 분담금은 2026~2029년에 걸쳐 지급되며, 2026년 1차분은 단 37.8만 유로로 시작해 2027년 430만, 2028년 560만, 2029년 570만 유로로 점증한다. 세 정부가 한 인프라에 동시에 자금을 걸고 4년에 걸쳐 분할 지급하는 구조. 한국에서는 흔치 않은 방식이다.

 

연장선은 11개 신규 정류장과 두 갈래(마리투리·알다이아) 구조를 갖추며, 공사 기간은 36개월. 본격 운영은 2028년 말~2029년 초로 예상된다. 한편 기존 트램은 이미 2025년 1~7월에만 700만 명이 이용했다 — 이미 충분히 검증된 수단의 확장이라는 뜻이다.

 

 

BEI(Bus Eléctrico Inteligente)

도시 동서 축의 10.3km를 잇는 13대의 100% 전기 굴절버스 노선. 종점에서 4분짜리 팬터그래프 초고속 충전, 신호 우선권, 트램 같은 정시성. 자가용 분담률을 2006년 36.5%에서 2019년 29.0%로 끌어내린 가장 큰 동력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다만 2025년 시점에서는 BEI보다 트램의 확장이 도시의 모빌리티 미래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학교 운동장의 자연화 — 작지만 가장 한국적으로 흥미로운 정책

이 도시가 다른 유럽 도시와 가장 다른 지점이 여기에 있다. 비토리아-가스테이스에는 약 67만 5,000㎡의 학교 운동장이 있고, 프로젝트 시작 시점인 2021년에 그중 81%가 시멘트로 포장돼 있었다. 시는 2021년 차고리추(Txagorritxu)와 마리투리(Mariturri)의 영유아원에서 파일럿을 시작해, 2023년까지 11개 학교 운동장을 자연화했고, 2025년 11월 시점 기준 약 20개 학교가 변환됐다.

 

자연화의 내용은 단순하다. 불투수 포장을 걷어내고 흙·식생·완만한 지형을 도입한다. 2025년 여름에는 산소멘디(Sansomendi, 11.9만 유로 예산)와 글로리아 푸에르테스(Gloria Fuertes, 3.99만 유로) 영유아원이 변환됐다. 비용이 작다는 점이 중요하다. 한 학교당 약 4만~12만 유로, 한국 돈으로 약 6천만~1.7억 원 수준이다. 시는 이 작은 단위의 누적이 도시 전체의 그린 인프라가 된다고 보고, 모든 자연화 사업에 학부모회·학생·교직원이 공동 설계자로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라 시민 교육 정책이기도 한 셈이다.

 

 

슈퍼블록 — 79개 계획, 8개 완성, 그리고 재정의

비토리아-가스테이스는 바르셀로나보다 먼저, 1990년대 후반부터 슈퍼블록 개념을 도시 격자에 적용해 온 도시다. 현행 모빌리티 마스터플랜은 79개의 슈퍼블록을 명시한다. 그러나 2025년 5월 시점, 완전 시행된 슈퍼블록은 단 8개다. 나머지는 부분 시행이거나, 다른 도로 공사 일정에 묻어가는 식의 임시 조치에 머물러 있다.

 

야당 엘카르레키 비토리아(Elkarrekin Vitoria)는 시의회에서 "구체적 일정과 예산이 빠진 즉흥적 시행"을 문제 삼았다. 더 결정적인 변화 조짐은 시 정부 자체에서 나오고 있다. 2026년 4월 24일, 지역 일간지 GasteizBerri가 입수해 보도한 '2026-2030 모빌리티 신계획' 초안은 슈퍼블록 모델의 "방법론적·운영적 어려움"을 명시하고, 모델의 재정의(reformulación)를 제안한다. 외곽도로/내부도로의 경직된 이분법에서 벗어나, 거리 유형과 동네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향이다. 슈퍼블록 안쪽 거주자에게만 혜택이 집중된다는 비판을 수용해, 간선도로의 환경 개선까지 포함하는 폭으로 정책을 넓히겠다는 구상도 함께 담겼다.

 

다만 같은 보도에서 에체바리아 시장은 **"이 계획은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초안(borrador)"**임을 분명히 하며, 신중론을 폈다. 시 전역 기본 속도 30km/h 제한 같은 핵심 조항도 시장의 신중론에 부딪혀 있다. 시의회 표결과 공식 채택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지금 시점에서 확실한 것은 두 가지다 — 30년 누적의 도시조차 79개 슈퍼블록 중 8개에 머물렀다는 사실, 그리고 시 정부 스스로 모델의 재설계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사실. 이 두 지점은 슈퍼블록을 정책 슬로건으로 검토 중인 다른 도시에게 가장 정직한 참고자료다.

 

 


 

3. 시민은 어떻게 참여하는가 — '호베투스'라는 10년 된 기계

 

비토리아-가스테이스의 시민 참여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호베투스(Hobetuz)**다. 바스크어로 '나아지게 하기'. 2015년 시작해 2025년 현재 5회차에 이른 참여형 예산제(participatory budgeting)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메커니즘이 비토리아-가스테이스 모델의 정치적 인프라다.

 

작동 구조:

  • 매 회차 300만 유로의 시 예산을 시민 제안에 배정.

  • 16세 이상 시민·집단 누구나 제안 가능. 1인당 최대 35만 유로 규모(이전 30만에서 상향).

  • 시 기술 부서가 법적·예산적 실현 가능성을 심사. 이번 5회차에서는 450개 제안 중 135개가 'viable'로 통과.

  • 시민이 온라인·대면·전화로 직접 투표. 16세 이상 누구나, 인당 3개 프로젝트 선택.

  • 투표 1순위부터 예산이 소진될 때까지 자동 집행. "가장 많이 받은 표가 진다"는 원칙은 없다.

 

 

결정적인 두 트랙:

  • 호베투스 치키(Txiki, 어린이용): 20만 유로. 어린이 포럼 'AktibaTU'에서 어린이가 직접 발의·투표.

  • 호베투스 가스테(Gazte, 청소년용): 20만 유로. 청소년 전용 트랙.

 

이번 5회차(2025-2027 예산)의 결과는 의미심장하다. 제안 건수가 직전 회차 228개에서 450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총 5회차 동안 50개 이상의 시민 제안이 실제 구현됐다. 그중 2025년 8월 새로 설치된 아니요 베르데의 8개 식수대(투자 18.7만 유로)도 호베투스 시민 제안에서 시작된 결과다.

 

비토리아-가스테이스 모델의 진짜 강점은 슈퍼블록도 BEI도 아니다. 10년 동안 끊기지 않은 시민 참여 예산 라인이 정권 교체를 견뎌냈다는 사실이다. 우르타란 시장(2015~2023, PNV/EAJ)에서 에체바리아 시장(2023~ , PSE)으로 정치 진영이 바뀌었지만, 호베투스의 예산·구조·일정은 그대로 굴러갔다. 그리고 이번 회차의 2026년 3월 투표를 위해 2025년 11월 17일 기준 450건의 제안이 접수되며 정점을 찍었다.

 

이것이 바르셀로나 모델과의 결정적 차이다. 바르셀로나는 시장 한 사람의 정치적 비전(콜라우)이 거리의 모습을 바꾸었다. 시장이 바뀌자 거리는 흔들렸다. 비토리아-가스테이스는 시장의 비전이 아니라 시민의 예산권으로 거리를 바꾸어 왔다.

 

학교 운동장 자연화 사업에서도 같은 구조가 보인다. 시는 학부모회(AMPAs), 교직원, 학생 대표가 참여하는 OMR(학교 최고 의결기구)의 공식 동의 없이는 사업을 시작하지 않는다. 자연화 후 1.5학년 동안의 '설계 단계', 다음 1년의 '개발 단계', 이후 2년의 '정착 단계'를 거치며 학부모와 학생이 단계마다 공동 설계자로 묶인다. 이 4.5년 사이클이 정권 교체보다 길게 작동한다.

 

 


 

4. 그늘과 후퇴 — 2025-2026 현장의 진짜 모습

 

ZBE의 완화

2025년 9월 시행된 ZBE는 처음 발표된 안보다 상당히 완화된 형태다. 원래 시는 **"거주 우선 구역(Área de Prioridad Residencial, APR)"**을 도입해 ZBE 안에 거주·업무 관계가 없는 차량은 아예 진입할 수 없도록 설계했었다. 그러나 알라바 사용자단체(SEA Empresarios Alaveses)와 가스테이스 온(Gasteiz On, 도심 상인 연합)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시는 APR을 폐기하고, B·C·ECO·Cero 등급 차량은 모두 진입 가능한 형태로 후퇴했다. 거주자에게는 2년 유예, 상인·전문직에게는 1년 유예까지 부여했다. 바르셀로나에서 본 것과 같은 '상인 vs 시 정부' 구도가 비토리아-가스테이스에서도 똑같이 작동했다. 다른 점은 시 정부가 더 일찍 양보했다는 것뿐이다.

 

이 양보가 결과적으로는 시민 수용성을 극대화했다. 시행 두 달 반 만에 적발률 1.4%라는 수치는 **"갈등을 줄이고 시작했더니 거의 모두가 따라왔다"**는 흥미로운 사례를 만들어냈다.

 

 

산업도시의 모순

2025년의 비토리아-가스테이스는 동시에 두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쪽에서는 ZBE를 시행하고 트램을 연장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포론다(Foronda) 공항이 2025년 1~9월 22만 5천 명의 이용객을 기록(전년 대비 +11%)했고, 11월에는 볼로테아(Volotea)가 마드리드·바르셀로나행 신규 노선을 개설했다. 시장이 직접 첫 비행기 도착을 환영하는 행사에 참석했다.

 

또한 마드리드-바스크 고속철도(TAV)의 비토리아 도착에 맞춰 다토(Dato) 역의 지하화 공사가 2025년 6월 1단계 발표됐다. 연간 470만 명을 처리할 수 있는 지하 역사. "기후중립 도시"라는 슬로건과 항공·고속철 인프라 확장이 공존하는 풍경이다. 이는 모순이 아니라, 산업도시가 탈탄소화하면서도 광역 경제권의 허브 역할을 포기할 수 없다는 현실의 반영이다. 한국의 산업도시들이 마주할 정확히 같은 딜레마이기도 하다.

 

 


 

5. 한국에 적용한다면

서울이나 수도권보다, 한국의 산업도시(울산, 포항, 광양, 거제, 창원)나 광역시(대전, 광주, 대구)에 비토리아-가스테이스 모델은 더 적합하다. 인구 25만의 중규모 도시이면서, 산업 의존도가 높고, 광역 교통 허브이자, 동시에 환경 평가가 높은 도시. 이 조합은 한국에서 충분히 찾을 수 있다.

 

배울 것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 첫째, 30년 시퀀스의 정치적 가치. 비토리아-가스테이스는 1993년 외곽 그린벨트(아니요 베르데)에서 시작해, 2009년 BEI 도입, 2015년 호베투스 시작, 2025년 ZBE 시행이라는 30년의 시퀀스를 그렸다. 가장 갈등이 큰 정책(도심 차량 제한)을 30년 누적의 끝에 두었다. 한국의 환경 정책이 흔히 빠지는 함정 — "한 임기 안에 가시적 성과를 내려는 압력" — 을 어떻게 시간 축으로 풀어내는지를 보여준다.

 

  • 둘째, 호베투스라는 정치적 인프라. 매년 300만 유로(약 45억 원)의 예산을 시민 투표로 직접 배정하는 10년짜리 기계. 한국의 주민참여예산제는 형식적으로 존재하지만, 16세 청소년 투표권, 어린이 트랙, 정권 교체에도 흔들리지 않는 구조 — 이 세 요소가 빠져 있다. '시민이 직접 결정한 50개 프로젝트'라는 자산이 정책의 정당성을 떠받친다.

 

  • 셋째, 가장 작은 단위의 정책으로서 학교 운동장. 한 학교당 4만~12만 유로(약 6천만~1.7억 원), 시가 단독으로 부담 가능한 단위 사업. 학부모회·교직원·학생이 공동 설계하는 4.5년 사이클. 한국의 모든 광역시·중핵도시에서 즉시 시범 사업이 가능한 모델이다. 현재 한국에서 추진되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과도 충분히 결합할 수 있다.

 

 

한 가지 솔직히 덧붙이면, 비토리아-가스테이스의 슈퍼블록 재정의 움직임은 **"한국이 무리해서 모방할 필요가 없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 도시조차 79개 중 8개를 30년에 걸쳐 만들었고, 결국 모델 자체를 다시 그리는 단계에 들어섰다. 한국에서 "슈퍼블록 도입"을 정책 슬로건으로 쓰는 것은 이미 시기가 지난 어휘일 수 있다.

 

 


 

6. 직접 간다면

 

비토리아-가스테이스는 마드리드에서 약 350km, 빌바오에서 약 70km. 하루 일정으로 충분히 돌 수 있는 규모의 도시다. 다음 다섯 곳을 추천한다.

 

  • 카스코 메디에발(Casco Medieval) ZBE 구역. 2025년 9월 15일부터 시행된 저배출 구역의 핵심 영역. 0.64㎢의 중세 구도심으로, 골목 입구마다 카메라와 'Zona de Bajas Emisiones' 표지판이 보인다. 첫 두 달 반 동안 적발률 1.4%를 만들어낸 거리의 풍경을 직접 걸어볼 수 있다.

 

  • BEI 노선(10.3km). 도시 동서를 잇는 100% 전기 굴절버스 노선. 종점 정류장에서 4분짜리 팬터그래프 초고속 충전을 직접 볼 수 있다. 실제 출퇴근 시간에 한 번 타 보는 것이 가장 좋다.

 

  • 아니요 베르데(Anillo Verde) 산책. 1993년 시작된 32년짜리 외곽 그린벨트. 살부루아(Salburua) 습지에서 출발하면 좋다. 2025년 8월 호베투스 시민 제안으로 설치된 8개 새 식수대를 따라 걸으면, 시민이 결정한 정책이 실제 거리에 어떻게 박히는지 가장 잘 보인다.

 

  • 자연화된 학교 운동장.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가장 접근성 좋은 곳은 유디멘디(Judimendi) 학교의 자연화된 운동장(2023년 시행). 시멘트가 걷히고 흙·식생·완만한 지형으로 바뀐 660㎡. 한국의 학교 시설을 운영하는 분들에게는 가장 직접적으로 시사점이 큰 장소다.

 

  • 자블가나(Zabalgana) 지구. 2028년 말 트램이 도달할 예정인 서쪽 신시가지. 현재는 트램 미연결 지역으로, 연결 전과 연결 후의 변화를 비교하기 위해 지금 미리 가보는 것이 의미 있다. 자블가나 바투스(Zabalgana Batuz) 주민협회는 이 지구의 자원 배분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해 온 단체로, 도시 정책의 지역 형평성 문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비토리아-가스테이스는 화려하지 않다. 바르셀로나처럼 EU 어워드를 받은 상징적 거리도 없다. 그러나 이 도시는 30년 동안 같은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왔고, 그 누적이 도시의 형태를 바꿨다. 시장이 바뀌어도, 시의회 표결이 흔들려도, 호베투스는 매년 작동했고, 학교 운동장은 매 여름 한두 곳씩 자연화됐다. 도시 재설계가 한 임기의 이벤트가 아니라 한 세대의 누적이라는 사실 — 산업도시가 그것을 어떻게 견뎠는지가 이 도시의 진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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