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듯한 항구, 델프스 하펜

델프스 하펜(Delfshaven)은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서쪽에 위치한 매력적인 역사 지구로, 제2차 세계대전 중 로테르담 도심이 폭격으로 파괴됐을 때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17세기 황금시대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이곳은 좁은 운하와 역사적인 건물들, 아늑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어우러져 있어 현대적인 로테르담의 다른 지역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원래 델프트(Delft) 시의 항구였던 이 지역은 1389년에 델프트와 스히에(Schie) 강을 잇는 운하가 건설되면서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로테르담이 성장하면서 그 일부가 된 델프스 하펜은 16세기에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VOC)의 중요한 거점이 되었고, 무역과 증류주 양조업이 번창했습니다. 특히 '제너버(Jenever)'라는 네덜란드 전통 증류주의 생산지로 유명했으며, 오늘날에도 역사적인 증류소인 '데 쿨렌 증류소(De Kulen Distillery)'가 남아 있어 방문객들에게 제너버 시음 기회를 제공합니다.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는 1417년에 지어진 '올드 처치(Oude Kerk)'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교회는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아메리카로 떠난 필그림 파더스(Pilgrim Fathers)가 네덜란드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예배를 드린 곳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덕분에 특히 미국인 관광객들에게 의미 있는 방문지가 되고 있으며, 매년 많은 관광객들이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 이곳을 찾습니다.

또한 전통적인 네덜란드식 풍차인 '디스틸러리 데 디스타일(Distilleerketel)'은 이곳의 상징적인 랜드마크로, 방문객들에게 사진 촬영 명소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좁은 골목과 운하를 따라 걷다 보면, 아기자기한 카페와 레스토랑, 그리고 예술적인 상점들을 발견할 수 있어 현지인들의 일상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운하를 따라 진행되는 보트 투어는 델프스 하펜의 아름다움을 색다르게 감상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봄과 여름(4월 ~ 9월)에 방문하면 운하 주변으로 테라스가 펼쳐진 카페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며, 특히 5월 ~ 9월은 온화한 날씨와 함께 다양한 야외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시기입니다. 여름철에는 지역 축제와 이벤트가 열려 델프스 하펜의 활기찬 면모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반면 겨울(11월 ~ 2월)에는 고요하고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다른 매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해 질 녘 운하에 비치는 역사적인 건물들의 반영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한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현대적인 고층 건물들과 대조되는 델프스 하펜의 역사적인 분위기는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는 역사적인 건물들과 마주하게 되며, 로테르담의 대담한 현대 건축물이 아닌, 네덜란드의 전통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진정한 보물 같은 장소입니다.

로테르담 중심부에서 서쪽으로 약 2.9km 떨어져 있는 델프스 하펜은 주요 도로인 Schiedamseweg와 인접해 있으며,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Delfshaven 역으로 도보로 약 5분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