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Canal Grande)는 역 S자형으로 총길이 3.8km, 폭 70m로 베네치아 중심부를 흐르며 베네치아의 메인 스트리트입니다. 지역에 따라 수심 5m가 넘는 곳도 많습니다.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베네치아의 간선 수로이자 관광의 핵심이고 역사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대운하로 나누어진 베네치아는 스칼치, 리알토, 아카데미아 세 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 도시의 각 부분은 각각 세 개의 세스티에리(sestieri)로 다시 나뉩니다.

대운하를 따라 12~18세기에 걸쳐 세워진 대리석 궁정과 산 시메오네 피콜로 성당, 페사로 궁전, 고딕 건축의 카도로, 베네치아의 명소 레알토 다리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왼쪽 연안에는 베니에르 데이 레오니 궁, 레초니코 궁, 포스카리 궁, 피사니 궁, 페사로 궁이 있으며, 오른쪽 연안에는 코르테르 델라 카 그란데 궁, 코르네르 스리넬리 궁, 카 도로, 그리마니 궁이 있습니다. 

베네치아에서도 돈이 많은 부자들만 대운하 근처에 집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 집들은 살림집이면서 동시에 사무실이었습니다. 집들의 규모가 커도 궁으로 불리지 않고 ‘카사(casa)’, 즉 집으로 불렀습니다. 베네치아 사람들은 그것도 길다고 생각했는지 줄여서 ‘카(ca)’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사업이 번창하기 위해서는 건물 자체가 이름다워야 한다는 것을 안 베네치아 사람들은 점점 더 대운하 근처에 집을 짓기 시작했고, 집이 아름다우면 궁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지난 500여 년 동안 세워진 궁이 무려 100개가 넘고, 이 건물들 하나하나가 건축사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이 중 레초니코 궁전(Palazzo Rezzonico)은 대운하 연안의 바로크식 건물로 17~18세기 때 건축되었습니다. 내부는 18세기 베네치아의 문화, 생활을 알 수 있는 베네치아 18세기 박물관( Museo del Settecento Veneziano)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궁들의 외관은 지어진 시대와 주인에 따라 개성 있는 장식을 하고 있지만, 안의 구조는 거의 똑같습니다. 1층 전체는 출입구로 사용됩니다. 건물 앞 대운하 쪽에는 수위를 측정할 수 있는 눈금이 그려진 말뚝을 박고 가문을 상징하는 문장(紋障)을 그려 넣습니다. 다른 색과 상징을 갖고 있는 이 기둥들은 베네치아만의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건물 정면에는 하역할 수 있는 큰 문이 나 있고 토리첼레(torricelle)라는 작은 탑으로 장식됩니다. 2층에는 작은 사무실들과 거실이 들어서 있는데, 2층을 정확히 말하면, 반은 1층이고 반은 2층인 형태입니다. 베네치아 사람들이 피아노 노빌레(piano nobile)라고 부르는 2층, 한국식으로 3층에 해당하는 층이 궁이나 집에서 가장 중요한 층입니다. 이곳에는 상품이 진열되는 중앙홀이 있고, 이 홀은 건물에서 가장 화려하게 장식이 됩니다. 홀에는 가장 큰 창문이 나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베네치아 건물들은 창문을 많이 내는데, 이는 건물의 하중을 줄이고 동시에 햇빛을 많이 받아들이기 위해서입니다. 

대부분의 건물은 주요 자재로 벽돌을 많이 사용합니다. 가장 저렴한 자재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가벼웠기 때문입니다. 베네치아 건축가들은 물속에서도 700년 이상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집들을 지은 천재입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집들이 현대적인 편의를 위해 거의 모두 내부 개조를 한 상태고 건물 외관만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몇몇 개인이 대운하 인근의 집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집은 엄청난 관리 유지비 때문에 공공건물이 되거나 재벌의 소유가 되었습니다. 

대운하를 운항하는 바포레토(vaporetto)나 수상택시 등을 이용해서 대운하 인근에 펼쳐진 영화 세트 같은 풍경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해가 지고 난 다음의 대운하는 꼭 한 번 유람을 해보세요. 실내에 불이 켜진 궁과 집들이 물 위에 비치면서 만들어내는 풍경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